여행을 좋아한다. 그리고 기록하는 행위도 좋아한다. 그러나 여행기를 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.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. 왜 어려울까. 육하원칙에 맞춰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걸까. 일기 쓰듯 빠짐없이 적어야 하는 게 강박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.
마찬가지로 누군가 여행 어땠냐고 물었을 때 답변하는 것도 역시 쉽지 않다.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에 대체로 두 가지 답변을 하곤 한다.
첫째로 전반적인 감정을 말한다.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이다. "너무 좋았어요." "그냥 모든 게 다 좋았습니다."
둘째로 좋았던 순간을 설명한다. 주로 별것 아닌 어떻게 보면 시답잖은 순간을 말하곤 한다. "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는데 마침 많이 걷다 보니 좀 지치기도 했고 그래서 잠깐 들렀던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창밖을 봤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네요."