대한극장
대한극장은 그러니까 인생의 그 모진 세월을 보내던 중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.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오래전에 가 본 적은 없었고, 지금으로부터 한 3~4년 전 정도에 종종 갔었다. 당시 집안일로 내 일상은 매우 시끄러웠다.
지금은 마음이 무뎌져서 그때를 떠올려도 왜 그렇게까지 마음을 썼을까 싶지만, 어쨌든 그 당시에는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. 하지만 딱히 도망갈 곳은 없었다. 그냥 잠시라도 숨을 쉴 곳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그때는 대한극장이었다. 그런데 당시 어떤 영화를 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. 영화 보기 전 극장 근처에서 식사하거나 아니면 극장 건물에 있는 스타벅스를 들렀던 건 기억나는데. 극장의 구조는 독특했다. 방치된 듯 하지만 나름 관리되고 있는 듯한 공간이었는데 오래된 건물인 것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잘 관리되고 있었던 것 같다. 여러 층이 있었던 것 같고 에스컬레이터 쪽에 사무실 같은 공간도 있었다. 1층에는 편의점도 있었다. 갈 때마다 늘 그런 생각을 했었다. 어떻게 매번 이렇게 관객이 없을까. 큰 상영관 안에는 늘 나, 그리고 몇 명 정도만 있었으니까.
나는 주로 영화관을 잠시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곳으로 활용했다. 그래서 조용하고도 멋진 영화관을 찾아 다녔었는데, 마땅한 곳이 이제는 많이 줄었다. 씨네코드선제, 스폰지하우스, 서울극장, 그리고 대한극장까지, 하나둘씩 문 닫는 곳이 많아진다. 일상 도피 목적의 관람이었으니 영화를 봤지만 마치 못 본 것만 같은 영화가 많다. 보는 내내 온갖 생각들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. 그래서 나중에 언젠가 당시 봤던 영화를 텔레비전을 통해서든 접하게 되면 영화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고 그 영화를 봤던 당시의 감정이 떠오른다. 그렇게 추억 여행이 시작되는데.. 영화의 내용 때문이 아닌 영화를 봤던 당시 내 이야기 때문이겠다. 그러면서도 영화를 좋아한다며 떠들고 다니고 또 그렇게 자주 보러 다니니 누가 영화 어땠냐고 물으면 별로 대답할 게 없을 때가 많다.
아무튼 대한극장이 문 닫는다는 소식에 울적해졌다.